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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휴식/문화

[책] 향수 그리고 향기 - 임원철

향수 만드는 남자의 향기 이야기, 임원철의 향수 그리고 향기.

 

향기가 추억을 부르는 현상, 프루스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추억과 향기는 머물지 않는다. 향기는 소비되고 휘발되어 바람처럼 흩날려야 그 속성을 뛰어넘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향수는 이야기를 각각 추억처럼 담은 향료를 더욱 매력적으로 정제한 것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바람처럼 머물지 않는, 그러나 언제라도 우리를 추억으로 부르는 향기와 그 향기를 담은 향수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개성이 넘치는 패셔너블한 도시들을 중심으로 그 도시의 추억을 품은 향수들을 이야기하며 향기가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알리고 싶기도 했다고.

 

 

 

우리 시대의 향수를 이야기할 때 가장 이탈리아적인 디자이너 아르마니와 구찌, 가장 미국적인 랄프 로렌과 캘빈 클라인,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샤넬과 디올, 영국 런던의 비비안 웨스트 우두와 존 갈리아노, 도쿄의 겐조와 이세이 미야케를 빼놓고 향수를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향수 종류를 이야기할 때 오 드 코롱이나 오 드 투왈렛, 아니면 오 드 퍼퓸과 같은 용어들을 사용한다. 우선 오 드 코롱에서 오(Eau)는 불어로 물이란 뜻이 있는데, 향수에 쓰이면서 (로파 겐조나 로디세이처럼) '향수'의 의미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드(de)는 '~의'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코롱 (cologne)은 독일 쾰른( cologne)이라는 도시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종합해보면 오 드 코롱은 쾰른 지방의 물 또는 향수가 되는데, 독일의 이 작은 마을에 설립된 향수 회사에서 만든 향수(최초의 현대적인 의미의 향수라고도 한다)에 '오 드 코롱'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부터 오 드 코롱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향이 강하지 않고 엷고 은은해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향수들을 일반적으로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 

 

초기에 만들어졌던 '쾰른의 물'도 은은하고 산뜻한 향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퍼퓸(perfume)'은 물론 향수를 의미하는 단어다. 원래는 향료를 불에 태울 때 나는 연기를 의미하는 단어로 인류가 향료를 사용한 초기의 목적이 (신전에 향을 피우던) 그대로 이 단어에 담겨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투왈렛(toilette)'은 '화장대', '화장하다'라는 뜻이 있다. 또 이와 더불어 '화장실'이라는 별로 향기롭지 못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 화장실이라는 의미로 해석하자면 '오 드 투왈렛'은 '화장실 물' 정도로 번역이 될 텐데 이건 아무리 봐도 향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투왈렛'은 화장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오 드 투왈렛'은 '화장용 물' 정도가 될 것 같다. 투왈렛이라는 단어는 대략 1680년 즈음부터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 의미는 '작은 천 조각'이었다고 한다. 손수건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화장용 도구들을 늘어놓고 화장을 했기 때문에 이후로 화장을 의미하는 단어로 굳어졌다고 한다.